세상을 즐겁게 산다는 것,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내가 그저 순탄한 삶만을 살아왔다면 그것을 크게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인생의 쓴 맛을 한동안 맛보며 살아왔기에 즐겁게 사는 것
이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 지나치게 술을 마셔서 위장이 나빠져서 5년여를
고생했던 지난 기간, 부정적인 생각이 들고 일어나려는 가운데서도 가슴 속에 즐거움을 간직하려고
꾸준히 노력했고 그 결과 즐거움을 간직할 수 있었다. 만일 그렇지를 못했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완
쾌되어 살아있지를 못했을 것이다. 그런 아픈 기간에도 나는 꾸준히 음악을 들었으며 인터넷의 까페
에 글을 썼고, 벗들을 만나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며 세상과 소통했다.
일찌기 선인(先人)들이 세상을 사는 즐거움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그 중에서도 완당
김정희 선생의 '군자삼락(君子三樂)'이 가장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그것이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완당은 책을 읽고 늘 배우며 선비정신을 실천하는 것을 일독(一讀)이라고 하였고, 사랑하는 여인과
다함없는 애정을 나누는 것을 이색(二色)이라고 하였다. 그는 또한 뜻이 맞는 벗과 술잔을 기울이며,
풍류를 즐기는 것을 삼주(三酒)라고 하였다.
그런데 책이야 내게서 항시 떠나지를 않는다. 책을 읽는 것은 나에게는 정말로 즐거운 일이다. 요즘
나는 노자(老子)의 도덕경을 읽고 있는 중이다. 한문으로 읽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지만, 읽을
때마다 정말 이 책이 나의 정신세계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절실히 느낀다. 확실히 예전에 있
던 그 급한 나의 성격이 많이 누그러졌다.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 곧 억지로 꾸며서 행하지 않
으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을 도덕경을 읽어가는 중에 점차 깨달아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다음으로 여인과의 운우지락(雲雨之樂) 또한 내가 매우 귀중히 여기고 그것을 나의 삶 속에 항시 이
루어 가고 있는 중이다. 아내와 20여년을 살아오면서 큰 다툼없이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면서 살아왔
다. 살아오는 동안 기쁨과 슬픔을 항시 같이 하다보니, 어느 사이 아내와 나의 얼굴이 오누이처럼 닮
아져 있다. 아니 얼굴 뿐만 아니라 성격까지도 이젠 닮아버린 듯 하다. 그런 만큼 아내를 바라보는
내 눈길이 더욱 정겨울 수 밖에 없다. 여인과의 운우지락, 삶에 있어서 이것을 결코 빼어놓을 수 없다
는 것이 나의 지론(持論)이다. 그러니 이렇게 어느 한 순간도 여인에 대한 생각이 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 것 아니겠는가?
마지막으로 내가 벗과 술잔을 나누는 것은? 그런데 이것이 문제다. 예전에 과음으로 위장이 나빠져
고생했다가 회복된 경험이 있는 것 만큼 벗과 술잔을 자주 기울이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
에서 퇴근할 때마다 벗과 더불어 한 잔 걸치는 지난 날의 즐거움은 사라져 버렸다. 다만 어쩌다 한 번
씩 회식 자리에서 벗들과 함께 술을 마시는 즐거움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완당의 군자삼락(君子三樂)
중 삼주(三酒)는 내게서 멀다고 하지 않을 수 없겠다. 하지만 이런 것이 어디 나만의 문제이겠는가?
완당 또한 유배지에서 사랑하는 아내의 부음을 듣는 충격적인 일을 겪었으며 그로 말미암아 여인과
의 다함없는 애정을 나누지를 못했으니 말이다. 그러니 내 자신 완당의 군자삼락(君子三樂)을 다 누
리지 못하는 것을 새삼 슬퍼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첫 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연 (0) | 2021.03.15 |
---|---|
만물은 저절로 자라고 변화한다 (0) | 2021.03.15 |
무심(無心)했다고 스스로를 탓하지 마십시오 (0) | 2021.02.14 |
내가 여자의 얼굴 중 가장 오래 보는 부위는? (0) | 2021.02.14 |
멋진 사나이, 초패왕 항우 (0) | 2021.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