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인터넷판 뉴스를 보니, 남자가 여자를 만났을 때 그 얼굴 중 어느 곳을 가장 오래 보는가에 대한 기사가 있었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 연구팀이 남자 50명에게 서로 다른 여성의 사진을 보여준 뒤 어느 부위로 눈길이 가는지, 눈길이 얼마나 머무는지를 조사했다고 한다. 그 결과 립스틱을 바른 여성의 얼굴일 경우는 평균 7초 동안 입술을 바라보는 반면에 눈과 머리를 바라보는 시간은 각각 0.95초, 0.85초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왕 조사를 할 바엔 남자 50명에게 여자들을 직접 만나게 하여 어느 부위로 눈길이 오래 가는지 조사할 일이지, 여자 사진으로 조사했다니 실망이다. 그 조사 결과가 과연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 의심이 간다.
그런데 내가 여자를 만났을 때는 과연 여자의 얼굴 중 어느 부위를 오래 볼까? 나는 주로 여자의 얼굴 중 눈을 오래 본다. 낯선 여자일 때는 실례가 될까하여 오래 눈길이 머물지는 않아 0.00초의 단위에 그치지만 아무튼 눈을 오래 본다. 여자와 대화할 때도 마찬가지다. 주로 눈을 보고 말하기 때문에 나의 시선은 눈에 오래 머문다. 그런데 고백하자면 내가 눈을 오래 보게 되는 진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여자의 얼굴 중에서 가장 매력을 느끼는 부위가 바로 눈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내가 그러한데, 나의 청춘시절에는 어떠하였을까? 다행히 청춘 시절에 쓴 일기에 후일에 첫사랑이 된 여인을 관찰하는 기록이 남아있어 그 시절에 여인의 얼굴 중 어떤 부위를 오래 보았는지를 알 수가 있다. 그 일기는 내 블로그의 카테고리 '그리움'에 '오늘 그녀를 만났다'는 제목으로 실려있다. 그런데 그 일기를 보면 그 시절에도 역시 나는 눈을 가장 오래 보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바로 이렇게 일기가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그녀 가까이에 있었다. 그리고 가까이 있는 그녀를 느꼈다. 그녀의 커다란 눈, 그리고 부드럽고 하얀 얼굴, 넓은 이마를 덮고 거기를 넘어 이지(理智)에 빛나는 눈 가까이까지 미친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알맞게 큰 키, 이것이 대강 그린 그녀의 모습이다. 아니 더 있지, 알맞게 붉은 빛을 발하며 부풀어 오른 입술. 그녀는 아름답다'
그런데 이 일기의 기록을 보니, 여자의 눈을 가장 오래 보았지만, 입술 또한 보지않고 는 넘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리고 그 시절에 이미 내가 여자의 얼굴에 대해서 세심하게 관찰하는 사람이었음을 알 수가 있다. 물론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여자였으니 마음 놓고 찬찬히 그 얼굴을 볼 수가 있었겠지만 말이다.
2010. 11. 25.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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