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비가 무던히도 많이 왔었지.
조그만 교회, 고등부 모임이 있은 후
집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에
모두들 꼼짝없이 교회 안에 갇혀 있었지.
하릴없이 서로 장난만 하고 있을 때,
새롭고도 흥미로운 여러 가지 소식들을
우리에게 많이도 전해주던
대학 다니는 선배가 말문을 열었지.
“요즘 아주 유명한 경음악단이 있단다.
연주가 너무도 훌륭해서 전세계인들이
선풍적으로 그 음반을 사서 듣는단다.
폴모리아 악단이라고 정말 유명하지.“
아, 그 경음악단을 말하는가?
빙긋이 웃던 나는 선배에게 가방을
보였지. “형, 이 가방 안에 있는 녹음기
안에 바로 그 악단 음악이 들어있어.“
마침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 집에 가지고 가려고
가방에 담아온 녹음기를 꺼내 플레이를 눌렀지.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Love Is Blue.........
몇 주 전 어느 날,
학교 교실에서 쉬는 시간에
친한 친구가 갖고 있던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던 음악, 들을수록 가슴을 울렁이게
하고 벅차게 하던 음악,
결국 이 음악이 누가 연주한 것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었던 바로 그 음악이었다.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된 폴모리아의 음악,
Love Is Blue는 교회 실내 공간을 타고
흘러 넘치며 계속 연주되고 있었다.
창문 틀에 무수한 무늬를
그리며 흩뿌려지던 빗줄기와 함께.
그 빗줄기를 바라보며 음악을 듣던 소녀,
내가 너무도 좋아하던 소녀였지만,
좋아한다는 말 한 마디 할 수 없었던
바로 그 소녀가 팔짱을 가볍게 낀 채
음악을 듣고 있었다.
검은 세라복 위의 티없이 맑고 하얀 얼굴,
부드러운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지만,
음악이 계속하여 흐르자 가느다란 손길은
어느 사이 부드런 볼을 어루만지고 있었지.
세월은 어느 새 흐르고 또 흘렀다.
그러나 길을 가다가도,
집에서 쉬면서 음악을 듣다가도
Love Is Blue가 흘러나오면 나도 모르는 사이
비오던 날 교회 안에서 듣던 Love Is Blue를
추억하게 된다. 바로 어제의 일처럼.
그 소녀,
지난 날 그 소녀 또한
Love Is Blue를 들을 때마다
지난 그 시절을 추억하고 있을까?
창가에 젖어오던 빗줄기 속에서 듣던
바로 그 Love Is Blue를 기억하며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을까?
Love Is Blue를 들으며
지난 날 추억에 젖어, 다가갈 수 없는 지난 날에
가슴 뭉클해하는 바로 지금의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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