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강물처럼 유유히 흐른다. 어디서부터 흘러와서 어디로 흘러가는지는 모르나 흘러간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삶이 흘러간다고 해서 매 순간의 삶들이 동질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매 순간의 삶들이 이어져 흐른다고 하여 그것들이 서로 닫혀있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삶이라는 게 객관적인 어떤 것이 아닌 의식의 흐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의식이 없고서야 삶이라는 게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식의 흐름 그 자체를 보면, 매 순간마다 조금씩 변하거나 아니면 역동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렇게 변화하는 의식을 놓고 보면 매 순간의 삶은 서로 간에 전혀 그 바탕을 달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삶이 강물처럼 보이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순진한 착각일지도 모른다.
지난 날 이 세상을 거쳐간 성인(聖人)들의 삶을 보라. 최고의 경지에 도달했던 그들의 삶이 질적인 변화가 전혀 없었다고 할 수 있는가? 그들에게 평상심과 함께 유혹 또한 없었다고 할 수 있는가? 유혹이 없었다면 그들이 왜 근심하며, 왜 슬퍼하였겠는가? 신의 아들 예수조차도 죽음을 앞에 두고 그 죽음을 벗어나게 해달라고 신에게 눈물로 기도하지 않았던가?
끝없이 변하지 않을 줄 알았던 고귀한 가치들이 한 순간에 변하였다고 하여 슬퍼하지 말라. 사랑이나 우정, 이러한 것은 변할 수 밖에 없고, 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매 순간마다 그 바탕이 변한다는 것, 우리는 알지 않는가? 설사 변하지 않는 사랑이나 우정이 있었다할지라도 그 사랑이나 우정은 변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방향 혹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금 적게 변했을 따름인 것이다.
변하는 것들을 받아들여라.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궁극적인 것에 집착하지 말아라. 그것 또한 끝없이 변하는 것들이다. 변하는 모든 것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때 마음 속에 평안이 깃드는 것이다. 변하는 것들로부터 벗어났다고 생각하지 말라. 그것은 착각이며, 망상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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