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날 베에토벤의 음악을 무척도 좋아했던 시절이 생각난다. 특히 베에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의 고독이 묻어나는 그 음악에 빠져지내던 시절, '황제'가 무척도 그리운 시절이었다. 아니, 내 자신이 '황제' 같은 웅혼한 기질을 갖고자 노력하는 시기였지.
현대 사회는 각 분야가 어찌나 전문화 되어있는지, 전문가는 그 자신의 분야에 세세한 모든 것을 시시콜콜 다 알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이렇게 세세한 모든 것에 너무 몰두하다 보면 크고 넓은 것을 볼 수 없게 된다. 어쩌면 지난 날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그렇게 좋아했던 것은 째째하지 않은, 드넓은 가슴을 가진 그가 무척도 그리웠기 때문이리라. 내 자신 속에서 바로 그러한 '황제'를 발견하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지금의 내가 과연 '황제'가 되어 있는 것인지, 내 자신은 모른다. 내 아래서 일하는 사람들이 내 자신에 대해 무엇인가 평가하고 있겠지. 내 자신 그들에게 겸손하고, 인자하며, 후덕하고, 과단성 있으며, 카리스마 있는 그런 인물로 비춰지고 싶다. 기나긴 삶을 살며 갈고 닦아온 내 인격이 광채를 발하게 하고 싶다.
그러나 '황제', 무척도 고독이 넘치는 피아노 협주곡이다. 고독은 '황제'가 되고자 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반대급부인 것일까? 남보다 뛰어나고자 하는 자는 결국 고독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내 자신이 과연 고독 속에서 홀로 살아갈 수 있을까? 정말 '황제'처럼 고독할 수 있는 것일까? 하루라도 남에게 마음을 쏟아놓지 못하면 살아가지를 못하는데도? 오직 '황제'만이 '황제'처럼 고독할 수 있는 것 아닐까?
2007.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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