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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스
자연과 인간에 대해 생각하고 대화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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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27. 17:19 첫 느낌

 

 

 

군에서 제대한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던가? 오랜만에 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TV 드라마를 보고 있을 때 바로 이 음악이 흘러나왔다. 나도 모르게 진한 감동에 휩싸여 눈물이 흘러나올 것만 같았던 이 음악, 파헬벨의 캐논......


다실에서 두 여인이 대화하는 장면의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왔던 바로 이 음악, 듣고 나서 이 음악이 무엇인지를 몰라 카세트 테이프, 레코드를 뒤적이고 음악 해설집을 뒤적였던 기억이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다.

파헬벨의 캐논, 워낙 유명해서인지 변주곡들도 많다. 레이몽 르페브르, 폴모리아, 제임스 골웨이, 로리 라인, 죠지 윈스턴, 데이비드 란쯔 등등 유명 연주자들이 직접 편곡한 캐논 변주곡을 들으면 그들이 해석한 캐논의 또 다른 새로운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피아노 건반을 눌러보아도 너무도 쉬운 선율를 가진 캐논, 주제 선율을 어느 성부가 연주하면 다른 성부에서 그 선율을 받아 연주하고 그것이 서로 얽히면서 진행되는 곡, 반복되는 느낌 때문에 듣기가 조금도 어렵지 않은 곡, 결혼식 때 배경 음악으로 계속 연주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곡, 죽음을 맛보게 될 때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듣는 곡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곡, 이렇듯 살아온 지난 시간 동안 한시도 잊을 수 없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나와 함께 할 도무지 잊을 수 없는 곡.....

이 세상에서 가장 절친한 친구가 있다면 나는 이 곡을 꼭 함께 들으리라.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나의 삶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삶의 고비마다 함께 한 곡을 친구가 함께 들어준다면 내 마음 더 없이 행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로빈 스필버그의 캐논 변주곡을 들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2005. 12. 31.

posted by 아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