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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스
자연과 인간에 대해 생각하고 대화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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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7. 16. 20:23 첫 느낌

 

 

 

 

한 때 우주에 대해 깊이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주란 무엇일까? 은하계란 무엇일까? 태양계란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 지구란 무엇일까? 

 

무척도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서인지 어느 날은 우주에 대한 꿈을 꾸었습니다. 아니 태양계에 대한 꿈을 꾸었다고 해야 옳겠지요. 하늘이 온통 까맣게 물들어 있는 밤, 나는 목성 뒤쪽에(꿈속에서 설정된 장소가 그랬습니다) 어느 한 곳에서 저 너머 새까만 하늘에 떠있는 해왕성을 보고 있었습니다. 창백한 빛의 해왕성, 기실은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을 해왕성, 보름달보다 무려 10배는 더 커보이는 해왕성, 거기에 무슨 비밀이라도 숨어있는 듯 나는 그것을 정말 유심히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새하얀 그러면서도 푸른 빛이 가득한 해왕성, 그 차가운 빛에 온몸이 으스스 떨려옴을 느끼면서도 나는 거기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그날 밤 꿈을 깬 후에 하도 꿈이 이상해서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예전에 보았던 S.F. 영화에서의 장면들이 꿈속에서 재현된 듯 했습니다. 태고적에 외계인들이 지구를 방문하여 지구상의 인류에게 문명의 지혜를 가르쳐 줄 수 있는 검은 돌기둥(모노리스)을 두었고, 먼 훗날 지구의 우주인이 모노리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목성을 방문한다는 영화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신비스런 장면들이 두뇌에 각인되어 그렇게 나타났던 것 같습니다.

 

겨울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땅위에 각종 생물의 자취, 그 조화로운 생명에의 빛깔들은 땅밑의 세계로 숨어 들어가 버리고, 하얀 눈만이 가득 가득 쌓여있습니다. 우주 자체가 모든 물질을 풀어버리는 뜨거운 불덩이로 구성되어 있는가 하면, 모든 행성이나 혜성을 차갑게 얼려버리는 얼음 덩어리로 구성되어 있어 이 세계도 그러한 법칙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는가 봅니다.

 

새벽 미명에 아파트의 베란다 창문을 힘있게 열어젖힙니다. 그리고서는 저 먼 우주를 바라봅니다, 뼛속까지 시려오는 차가운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지금 내가 서있는 바로 이 장소가 우주의 어느 지점일까? 이 지구는 우주의 어느 지역을 통과해 운행해 가는 걸까? 운행하는 우주의 중심은 어디이며, 거기엔 무엇이 있을까?"  의문에 가득 찬 우주, 그러나 그 누구도 해답을 주지않습니다. 우주에는 그 모든 의문의 해답을 숨겨버리는 그 무엇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땅위에 있는 수 많은 사물들을 숨겨버리는 새하얀 눈송이처럼.

 

눈이 또 내릴 것 같습니다. 외투를 걸친 채 하얗게 쌓여가는 그 신비스런 처녀지(處女地)를 걸어가 보겠습니다. 눈부시도록 하얀 그 곳에 나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히겠지요. 비록 수수께끼를 풀지는 못하지만 한 시대를 살아가는 바로 나의 발자국이.....

 

 

                                                                                                           2005. 12. 31.

 

 

posted by 아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