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눈이 내렸다. 그것이 어제와 달랐지. 그러나 마음만은 어제와 같았어. 요즘 들어 나는 내 마음을 지탱할 수 없을 것 같다. 몸은 현실 속에 있으면서 마음은 과거를 헤메이니......
『김민정』그 여자 때문인가? 나는 그 여자에 대해 자세히는 모른다. 다만 여고를 졸업했고, 전문대학에 다니며, 내 선배의 먼 친척쯤 된다는 것 이 외에는. 아니 또 있지, 그녀는 베에토벤의 연인 『테레제』형이라는 것. 그녀는 요즈음 흔한 『죠제핀느』적인 여자와는 달랐다. 그녀에게서 나는 이지(理智)가 관능적 요소를 포용하고 있는 특별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말 매력적이었다. 자신의 가치관이 뚜렷하면서도 남성으로서의 나의 가치관을 부드럽게 받아들이고 수긍하는 그녀의 모습, 정말 매력덩이 그 자체였다.
나는 나의 마음을 열어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한 기회는 없었다.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가운데서도 나는 그녀의 고독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 고독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녀의 기나긴 독백을 대화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내 꿈을 주었다. 그리고 진정으로 그러한 꿈속에서 살기를 원했다.
눈이 내렸다. 그리고 사방은 그 눈이 녹아 질퍽했다. 외투를 걸친 채 나는 옛 길을 걸었다, 그 추억의 거리를. 다시금 그녀를 만나, 서로 깊은 고독을 나누기를 바라면서. 그러나 그 길은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1980.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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