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27. 20:03
그리움
그때 나는 아버지와 함께
산길을 걷고 있었다.
한때 우리 마을에 사셨지만
두메 산골로 이사를 가신
아버지의 친구 댁에 가기 위해서였다.
아버지의 친구는 딸이 둘 있었는데
그 중 예쁜 첫째 딸이
바로 어릴 적 나의 여자친구였다.
설레는 마음 가득
아버지의 친구 댁을 찾아갔지만
그녀는 거기 없었다.
그녀는 거기 없었다......
그토록 보고팠던 그녀였건만.
밤이 될 때까지 기다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친구를 만나 회포를 푸신 아버지가
돌아갈 채비를 하셨기 때문이다.
"여자 친구를 만나야 돼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차마 열어지지를 않았다.
눈치도 없으신 아버지의 독촉으로
걸어 올라가던 언덕에서
나는 그녀의 집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훵하니 비어 버린 가슴을
애써 감추면서......
점점 멀어져 가는 마을에서는
어느 새 저녁 연기 솟아오르고
아이들 떠드는 소리 들렸다.
그녀와 함께 소꿉장난하던
우리 마을의 여느 저녁 때 풍경처럼.
그때 그녀를 만났더라면
열 여섯 꽃다운 그녀에게
정말 좋아했었노라고 고백을 했을테고,
우리는 잊지 못할 지난 날의 정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을 텐데.....
빛 바랜 사진첩 속의 그녀는
한 마디 말도 없고,
어린 시절 소꿉친구 그대로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2006.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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