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녀를 만났다
오늘 그녀를 만났다. 전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대성학원에 수강신청을 하러갔을 때 오직 그녀만 나와 있었다. 강사들이 수강신청을 하라고 적극 권유하였지만, 학생들이 얼마 없고, 또 성의가 없는 탓에 그 말이 탐탁치 않았다. 그런데 나에게 먼저 인사를 하여 온 그녀는 그래도 수강신청을 하려는지 한참 무슨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도 별 수 없었는지 결국 대성학원을 떠났다. 막 그녀가 떠났을 때 '아차, 왜 종로학원으로 가자는 말을 안했지?'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불이 나게 그녀를 쫓아갔지만 그녀는 이미 KBS 방송국 건물 뒷골목으로 가버린 뒤였다. 약간 쓸쓸한 생각이 들었지만 홀로 종로학원으로 가서 수강신청을 했다.
그때가 어제였는데, 오늘 그녀를 종로학원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내가 인사를 했을 때 그녀는 고운 목소리로 반가워했다. 나는 오늘 그녀 가까이에 있었다. 그리고 가까이 있는 그녀를 느꼈다. 그녀의 커다란 눈, 그리고 부드럽고 하얀 얼굴, 넓은 이마를 덮고 거기를 넘어 이지(理智)에 빛나는 눈 가까이까지 미친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알맞게 큰 키, 이것이 대강 그린 그녀의 모습이다. 아니 더 있지, 알맞게 붉은 빛을 발하며 부풀어 오른 입술. 그녀는 아름답다. 스쳐가며 얼핏 보아도 잊혀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 특별히 그녀의 그 티없는 눈망울이 선명하게 나의 뇌리를 스친다.
그녀는 나이에 비해 어려보인다, 마치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여학생처럼. 아직도 그녀에게 남아있는 소녀티가 더욱 그녀를 싱그러운 존재로, 아름다운 존재로 느껴지게 한다. 이것은 이기적인 나의 욕심이 빚은 상상에 불과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있어서 영원히 소녀여야만 할 존재로 운명지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청춘 시절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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